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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수족구가 이렇게 길고 지독한 병인지 몰랐습니다. 갓 돌이 된 딸이 수족구 진단을 받던 날, "1~2주면 낫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던 제가 틀렸습니다. 예방 백신도 없고 특별한 치료제도 없는 수족구병, 걸리고 나서야 제대로 알게 됐습니다.
수족구병 증상과 원인, 제대로 알아야 대처가 됩니다
수족구병(hand, foot and mouth disease)은 이름 그대로 손, 발, 입에 수포성 발진이 생기는 바이러스성 감염 질환입니다. 원인 바이러스는 엔테로바이러스(enterovirus)인데, 여기서 엔테로바이러스란 장(腸)을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군을 뜻하며 콕사키바이러스(coxsackievirus), 에코바이러스(echovirus), 폴리오바이러스(poliovirus) 등 수십 가지 종류가 포함됩니다. 종류가 이렇게 많다 보니 한 번 앓아도 다시 걸릴 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감기처럼 이미 앓은 바이러스에는 면역이 생기지만,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에는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바이러스 전파 경로는 감염자의 호흡기 분비물, 즉 침이나 가래, 콧물과 대변입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처럼 영유아가 밀집된 공간에서 순식간에 퍼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제가 더 당황했던 건 잠복기가 3~5일인데, 바로 이 잠복기에 전염력이 가장 강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여기서 잠복기란 바이러스에 노출된 뒤 증상이 나타나기까지의 기간을 말하는데, 증상이 없으니 부모도 보육 교사도 모른 채 아이와 접촉하게 되는 것입니다(출처: 경기도사랑나눔재단 건강정보).
초기 증상은 미열, 식욕부진, 콧물, 인후통으로 흔한 감기와 구별이 어렵습니다. 증상 발현 후 1~2일이 지나면 회색빛의 3~5mm 수포성 발진이 손바닥, 발바닥, 입술과 입안 점막에 생깁니다. 환자의 약 90%가 만 5세 미만이라는 통계가 있을 만큼 면역이 덜 완성된 영유아에게 집중되는 질환입니다. 대부분은 발병 후 7~10일이면 자연 회복되지만, 아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종합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 39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한 경우
- 38도 이상의 열이 48시간 넘게 지속되는 경우
- 구토, 무기력증, 호흡곤란, 경련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 팔다리에 힘이 없거나 걷다가 비틀거리는 경우
이런 증상은 뇌간뇌염이나 무균성 뇌수막염 같은 신경계 합병증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무균성 뇌수막염이란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가 뇌를 감싸는 막을 침범하는 상태로, 드물지만 영유아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어 절대 방치해선 안 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가정보육 일주일, 제가 실제로 버텨낸 방법
딸이 수족구 진단을 받자 아내는 직장 동료들을 위해 각방을 쓰기로 했고, 가정보육 일주일은 고스란히 제 몫이 됐습니다. 아이 컨디션은 다행히 나쁘지 않아서 잘 놀고 잘 잤는데, 가장 크게 고생한 건 밥 문제였습니다.
수족구병으로 구강 점막에 수포와 궤양이 생기면 먹는 행위 자체가 고통입니다. 심한 경우 물조차 삼키지 못해 탈수가 오기도 합니다. 여기서 탈수란 체내 수분이 필요 이상으로 손실된 상태로, 영아에게는 빠르게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엔 어떻게든 밥을 먹여야 한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들이밀었는데, 그게 오히려 제 에너지를 다 갉아먹었습니다. 억지로 먹이려 하면 아이도 힘들고 저도 힘들고, 결과적으로 둘 다 지쳐버리는 악순환이었습니다.
방향을 바꿨습니다. 씹는 게 최소화되면서 시원하고 달달한 것들 위주로 챙겼습니다. 아기 요거트, 냉장고에 넣어둔 말랑한 복숭아가 생각보다 효과적이었습니다. 식사 자체를 포기하기엔 찜찜해서 분유도 먹이고, 초기 이유식처럼 잘게 갈아 죽 형태로 만들어서 줬더니 그나마 조금씩 받아먹었습니다. 한 번에 많이 먹이려 하지 않고 조금씩 자주 주는 방식이 맞았습니다. 보리차도 조금씩 꾸준히 마시게 하면서 탈수를 막는 게 우선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미디어 노출이었습니다. 두 돌 전까지는 영상을 최대한 안 보여주겠다고 다짐해놨는데, 24시간 집에만 있다 보니 그 약속이 사흘을 못 넘겼습니다. 아기상어 없었으면 솔직히 버티기 힘들었을 겁니다. 제 경험상 이건 자책할 게 아닙니다. 아이가 아플 때는 보호자가 살아남아야 아이도 잘 돌볼 수 있으니까요. 뽀로로도 틀어주고 아기상어도 틀어주면서, 아이 자는 동안 유튜브 쇼츠 보지 말고 같이 자는 게 진짜 현명한 가정보육법입니다. 초기 3일이 체력적으로 가장 고비였고, 그 시기를 버티면 이후엔 조금씩 나아집니다.
수족구 가정보육, 미리 챙겨두면 좋은 것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아래 항목들을 미리 준비해두면 가정보육 기간이 훨씬 수월합니다. 아이 먹거리와 보호자 체력 관리, 이 두 가지가 핵심입니다.
- 아기 요거트, 부드러운 과일(복숭아·바나나 등) — 차갑게 해서 주면 입안 통증 완화에 도움
- 죽 또는 잘게 간 이유식 형태의 식사 — 씹는 부담을 최소화
- 보리차 또는 전해질 음료 — 소량씩 자주 마시게 해 탈수 예방
- 새 장난감 1~2개 — 집 안에서의 지루함 해소, 보호자 손 잠시 비우기
- 보호자 간식과 간편식 — 지치면 아이도 못 돌보므로 보호자 먹거리도 필수
자주 묻는 질문
Q. 수족구병은 한 번 걸리면 다시는 안 걸리나요?
A. 아쉽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원인이 되는 엔테로바이러스 종류가 매우 다양해서, 이미 앓은 바이러스에는 면역이 생기지만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다시 감염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두 번 이상 걸리는 아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Q. 수족구에 걸린 아이가 밥을 안 먹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억지로 먹이려 하기보다 아이가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게 먼저입니다. 차갑고 부드러운 요거트, 말랑한 과일, 잘게 간 죽 형태의 식사가 효과적입니다. 수분 보충이 최우선이므로 보리차나 전해질 음료를 조금씩 자주 마시게 하고, 먹는 양이 심하게 줄거나 물도 못 삼키면 병원에서 정맥 수액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Q. 수족구병은 언제부터 어린이집에 다시 보낼 수 있나요?
A. 발병 후 1주일이 주요 전염 기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은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 등 집단 시설 방문을 삼가고 집에서 격리 치료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증상이 완전히 가라앉고 수포 발진이 딱지로 마른 뒤 등원을 재개하는 것이 다른 아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Q. 임신 중인데 첫째가 수족구에 걸렸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성인은 대부분 수족구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어 가볍게 지나가지만 임산부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유산 위험과 임신 후기 태아 감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저귀 교체, 코나 엉덩이를 닦아줄 때, 음식을 준비할 때 라텍스 장갑을 착용하고, 무엇보다 손 씻기를 철저히 하는 것이 현실적인 예방법입니다.
Q. 수족구병 예방 백신은 없나요?
A. 현재 국내에서 접종할 수 있는 수족구병 예방 백신은 없습니다. 원인 바이러스가 너무 다양한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지금으로선 손 씻기, 장난감 소독, 감염 아이와의 접촉 최소화가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입니다.
결론
수족구병은 백신도 없고 특별한 치료제도 없습니다. 걸리면 버티는 수밖에 없고, 가정보육을 맡은 보호자의 체력이 그 버팀목이 됩니다. 제가 일주일을 버티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아이를 잘 돌보려면 일단 제가 잘 먹고 잘 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짐이고 원칙이고 일단 뒤로 미뤄두세요. 미디어 노출 약속이 깨져도 괜찮습니다. 아기상어가 잠깐 대신해주는 동안 밥 한 끼 제대로 챙겨먹고, 아이 낮잠 시간에 쇼츠 대신 같이 눈 붙이는 게 진짜 육아입니다. 초기 3일만 넘기면 분명히 나아집니다.
참고: https://www.gysarang.com/Module/News/News.asp?Mode=V&Srno=23766